안녕하세요, 주연호입니다.
광고 CG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면 참 오랫동안 화면 속 무언가를 깎고 다듬는 일만 해왔습니다.
2004년 공고 시각디자인과로 시작해 변변찮은 인서울 4년제 디지털콘텐츠학과를 거쳤고,
2015년 홈쇼핑 업체에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6년부터 광고 회사에서 3D 제네럴리스트로 치열하게 일했고,
2023년부터는 작은 스튜디오를 열어 광고 CG 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력만 쭉 적어놓고 보면 20년 가까이 참 묵묵하게 한 우물만 파온 것 같은데,
요즘은 제가 서 있는 그 우물의 바닥이 크게 흔들리는 기분입니다.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로, 솔직히 불안하고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수준을 넘어 업계의 생태계 자체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그동안 쌓아온 기술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며 단가를 후려치기 당하는 현실 앞에서는 그저 웃고 넘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발버둥을 쳤습니다.
온갖 AI 툴들을 밤새워 써보고, 직접 영상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생전 처음 서비스라는 걸 기획해서 런칭해 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운 좋게 된 것도 있지만, 마음처럼 안 된 것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조금 빼기로 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올라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걸 내가 만들어내겠다’는 거창한 기대보다는,
지금 당장 현업에서 제가 겪고 있는 이 혼란과 생존기를 솔직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는 번듯하게 포장된 정답이나 딱딱한 기술 정보보다는,
제 일상의 날것 같은 이야기들이 주로 올라갈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AI를 써봤더니 이 부분은 진짜 편하더라, 근데 이 부분은 아직 멀었더라.”
“당장 내일 일이 줄어들까 불안해서 잠 못 이루는 날도 있고,
또 의외로 AI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려 안도하는 날도 있다.” 같은 이야기들 말입니다.
20년 가까이 오직 디자인 하나만 보고 살아온 사람이,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또 버텨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처지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계신 분이 이 글들을 읽고,
나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다 똑같구나 하며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얻어 가신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저 역시 포기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부딪혀보려 합니다.
그럼 20000
